[CEO Column] 창업의 가시밭길, 그는 왜 다시 택했을까

AhnLab 칼럼/CEO 칼럼 2012/09/11 10:00

남과 다른 무엇이 되어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어느 벤처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그 기업의 창업자는 아니었다. 창업자는 추구했던 사업 모델이 실패해서 이미 떠난 후였다. 대주주였던 벤처캐피털은 기업을 살리기 위해 그를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했다. 벤처캐피털이 그에게 요구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보통의 경우라면 하루빨리 경영을 정상화하고 재정상태를 흑자 구조로 바꾸라고 주문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달랐다. 필요한 자금을 투자할 터이니 새로운 도전을 해보라는 것이었다. 과거의 실패 경험을 기반으로 한 신제품이든, 기존의 기술을 향상시킨 것이든 ‘남과 다른 무엇(to-be-something)’이 되라는 게 전부였다고 한다. 그는 기업의 전열을 다시 정비하고 열정적으로 노력한 결과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하는 데 성공해 ‘주목할 만한 틈새 기업(niche player)’으로 인정받았다. 비록 흑자 전환은 하지 못했지만, 기술의 잠재력을 인정한 대기업에 인수됐다. 대기업의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그 제품은 현재 전 세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이노베이션과 차별화가 기업의 가치를 얼마나 좌우하는지 잘 보여주는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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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구글 이미지>

 정보 보안 산업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수많은 벤처기업이 탄생했다. 혁신적인 기술이 연이어 발명됐고, 투자는 활발했다. 그런데 2006년 이후 그 열기가 크게 줄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수백 건의 인수합병(M&A)이 2005년까지 대부분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 제품이 되면서 매출과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이노베이션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로부터 1~2년 후 창업 열풍이 다시 불기 시작했다는 부분이다. 오랜 친구 중에 벤처기업을 대기업에 매각해서 큰 부를 거머쥔 이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기업을 사들인 대기업에서 고위급 임원으로 재직했다. 수많은 청중 앞에서 기조연설을 할 정도로 유명인사도 되었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명예와 직장을 내던지고 조그마한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도 없고, 평생 먹고살 만한 재력도 확보한 그가 다시 창업의 가시밭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질문을 한 게 필자뿐이었겠는가. 그의 대답은 의외로 아주 간단했다.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카드 빚으로 컴퓨터를 장만해서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재정은 쪼들려도 세상에 보탬이 되는 제품을 만든다는 기쁨에 충만했다고 한다. 그런데 수많은 회의와 연설·인터뷰로 점철된 업무는 지루하고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인수 후 대기업으로 편입됐던 직원들 대부분이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나자 창업을 하거나 작은 회사로 옮겼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 정보기술(IT) 산업 속에서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역할 분담을 실감할 수 있다. 수많은 창업 기업이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그중 성공하는 기업들은 대기업에 인수된다. 대기업은 외부의 이노베이션(벤처기업)을 수혈해서 자신들의 강점인 체계적인 사업 인프라 속에 집어넣는다. 대기업은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이러한 신선한 피를 받아들임으로써 관료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스스로를 자극하는 것이다.


기업가정신, 혁신을 향한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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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구글 이미지>

 우리나라의 5000만 국민 중 대기업에 종사할 수 있는 사람은 200만 명밖에 안 된다. 2000만 명 이상의 일자리는 중소기업 또는 벤처기업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미국 인구조사통계국의 자료에 따르면 80년부터 2000년까지 대부분의 고용 증가는 설립한 지 채 5년이 안 된 기업들의 몫이었다.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의 핵심 동력이라는 점은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우리는 기업의 가치가 혁신성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혁신, 즉 이노베이션은 호기심과 도전정신을 통해 이루어진다. 내가 만든 제품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볼 때의 희열은 경험한 자만이 알 수 있다. 도전정신을 가진 많은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에 힘들어도 기업가의 길을 걷는다. 기업가 정신은 전환기에 놓인 우리가 반드시 추구해야 할 시대정신이 아닐까.


* 이 칼럼은 2011.10.11 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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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Column] 새로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여는 열쇠

AhnLab 칼럼/CEO 칼럼 2012/09/05 15:51

얼마 전 의미 있는 법안이 통과되어 IT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우여곡절 끝에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를 계기로 기존의 불합리한 SI 사업 관행이 개선, 선진화되리라 기대한다. 비록 IT 서비스 분야의 법이기는 하지만 소프트웨어 산업 전체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SW 생태계의 재탄생 시점


돌이켜보면 불과 2년 전, 우리는 스마트폰이 몰고 온 메가톤급 충격으로 휘청거린 경험이 있다. 그 원인은 한 마디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생태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전문 업체가 없어서가 아니라 이들 전문 업체들이 대기업과 수직적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는 산업 구조가 원인이었다. 그 이후 정부 차원에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개선하고 중소 전문기업의 성장 토대를 마련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으로 결실이 맺어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제도가 마련됐다고 해서 제도의 취지대로 결과가 나올 리 없다. SI 프로젝트 수행의 애로사항 중 하나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서비스 범위를 정량적으로 명확하게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소프트웨어 기업은 하청업체처럼 시간에 쫓기기 일쑤다. 또한 발주자의 잦은 스펙 변경은 제품화를 역행한다. 이런 관행을 개선하고 글로벌 표준 관점에서 소프트웨어를 바라보지 않는 한, 표면적인 제한 조치만으로는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 시대 변화의 핵심은, 폐쇄적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받아 보던 과거의 산업 형태가 개방형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창의력과 소통을 기반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스마트폰 산업을 이끄는 기업으로 통신 사업자가 아닌 애플과 구글이 거명된다. 지금은 사업 모델, 시장 지배력, 가치 사슬의 전반적 구조가 재편되는 생태계의 재탄생 시점이다.



새로운 SW 생태계를 형성하는 세가지 요소


새로운 생태계의 철학은 상생, 수평 구조, 파트너십이다. 특히 소프트웨어의 본질적 개념과 사상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 생태계 형성을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갖춰져야 한다.


첫째,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소프트웨어는 수익률이 우수한 분야이다. 그러나 그것은 소프트웨어가 잘 관리되는 것을 전제로 성립되는 명제다. 소프트웨어를 필요에 따라 만들어 쓰는 소모품 정도로 생각한다면 오히려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사용자는 끊임없는 커스터마이즈(customize)를 요구하고, 프로젝트는 비용과 시간에 쫓기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수많은 버전의 제품을 배포하면 관리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플랫폼과 패키지를 구성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이폰이 하드웨어 스펙, 운영체계, 콘텐츠 플랫폼을 제한적으로 운용하는 이유를 눈여겨봐야 한다.


둘째, 소프트웨어의 라이프 사이클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소프트웨어는 기획, 설계, 개발, QA(품질보증), 보안성 검증, 통합 테스트, 업그레이드의 유기적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각각의 프로세스를 세세하게 검증하는 전문성이 소프트웨어의 질을 높이고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다.
 

셋째, 고객과 소통하는 서비스 인프라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는 처음 배포된 시점부터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교감함으로써 완성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일관성과 신뢰가 결여되면 사용자는 피로를 느낀다.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책임지고 서비스한다는 책임감을 갖추어야 한다. 유지보수율이 선진국 대비 터무니없이 낮다는 점은, 아직도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와 같은 소모품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제대로 서비스 단가를 받을 수 없고, 그나마 서비스의 범위가 애매모호하게 정해져 있을 경우, 제대로 된 서비스 품질이 유지될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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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세 가지 요소에 덧붙여 리딩 기업과 후발 기업 간 수평적 협력을 강조하고 싶다. 안랩은 지난해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최초로 개발자 콘퍼런스인 ‘안랩 코어(AhnLab CORE)’를 개최했다. 소프트웨어 업계 리더로서 그동안 축적한 개발 노하우와 보안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함께 성장하자는 차원이다. 소프트웨어를 기획•개발•검증•사업화하는 노하우를 공개하고 전문가를 육성할 뿐 아니라 파트너로서 수평적 협력 관계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이 바람직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작은 밀알이 되기를 바란다. <Ahn>


* 이 칼럼은 2012.05.20 일자 디지털데일리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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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5 15:51 2012/09/05 15:51

[CEO Column] 개인정보 보호, 기업 생존과 직결된다

AhnLab 칼럼/CEO 칼럼 2012/09/05 14:52

최근 1~2년 사이에 금융권, 포털 업계, 게임 업계의 대표적 기업에서 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최근 5년간 주요 기업에서 유출된 개인 정보가 약 1억 2000만 명분에 이른다고 한다. 주요 포털과 금융 사이트에서도 동일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사용하는 경우, 2차•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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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구글이미지>

 

각종 보안 사고 및 사이버 범죄에 대한 언론 보도를 통해 과거에 비해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정부도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등 보안 강화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사건이 연이어 터지다 보니 우리 사회가 개인정보 유출에 조금은 무뎌지고 있는 듯하다. 유출된 정보가 직접적인 피해로 나타나기까지 일정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게 된 개인정보


날이 갈수록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보안 사고는 대형화, 지능화돼 개인의 일상 생활마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기업이나 기관으로부터 유출된 개인정보는 국내 대부 업체에 넘겨지거나 중국, 동남아 등지로 팔려나가 범죄에 이용되기도 한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같은 전화 금융 사기의 피해액이 1000억 원을 넘었다. 금융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공격이 나날이 조직화, 글로벌화하는 추세인 것이다.

 

기업 역시 개인정보 유출 피해에 따른 대규모 소송이 잇따르며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다. 피해자 보상에 따른 금전적 손실을 입는 것은 기본이고, 고객 정보를 소홀히 다루는 기업이라는 오명을 쓰면 고객의 신뢰가 떨어지고 결국 고객이 떠나가 조직 전체의 존폐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증가와 기업 책임에 대한 부담, 그리고 개인정보보호법의 시행으로 인해 최근 들어 어느 때보다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늘고 있음을 실감한다. 하지만 여전히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기관이나 기업이 많지 않아 보인다.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려면 조직 구성원 각자의 철저한 보안 의식과 실천이 필수적이다. 지능적 범죄를 IT 보안 담당자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 관련 부서가 아니고서야 이해하기조차 힘든 기술을 모든 직원이 스스로 적용해 관리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교육하고 누구나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전사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법에서 제시하는 전문 관리 시스템 운용도 병행해야 한다.

 

이처럼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의 필수 항목인 기술적, 관리적 조치가 모두 필요하다. 즉, 정보 암호화, 패치 관리, 악성코드 대응의 기술적 조치, 개인정보 노출 점검, 개인정보 자가진단 등의 관리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할 수 있다.



기업은 개인정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관리의 기초 단계는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 설치이다. 최근 금전적 이익을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악성코드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악성코드의 공격 형태 또한 공유 폴더, 보안 패치 미적용, 윈도우 계정 암호, USB 자동 실행 등의 취약점을 이용한 복합적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악성코드로 인한 기업 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개별 PC에 보안 제품 설치뿐 아니라 기업 내 PC 보안 관리가 절실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보안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패치 관리도 중요하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운영체계(OS)나 애플리케이션의 취약점이 누적되면 그만큼 위협에 노출되는 범위와 수준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이 사내 모든 운영체계와 애플리케이션의 패치 현황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전문 패치 관리 솔루션을 통한 관리로 해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정보의 수집부터 보관, 파기까지 ‘개인정보 라이프사이클(Lifecycle)’에 따른 적절한 관리 및 조치가 있어야 한다. 기업이 보유한 개인정보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분석해 불필요한 파일은 삭제하고 필요한 정보는 암호화해야 한다. 또한 부서별, 직원별 개인정보 관리 현황을 중앙에서 집계하고 통제할 수 있는 관리 솔루션이 필요하다.

 

개인정보 유출은 개인에게 피해를 줌은 물론, 기업의 생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다각도의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Ahn>


* 이 칼럼은 2012.07.01 일자 CIO매거진 [BizIT]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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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5 14:52 2012/09/05 14:52

[CEO Column] IT가 소통 방해꾼 돼서야

AhnLab 칼럼/CEO 칼럼 2012/09/05 14:30

회의시간에도 BYOD?


어느 모임에서 회의 문화에 대한 얘기가 오간 적이 있다. 어떤 최고경영자(CEO)는 회의에 들어가서 화가 났다고 한다. 노트북을 가져온 사람이 너무 많아서다. 그래서 “여기가 기자 간담회장입니까. 컴퓨터 모두 치우세요”라고 지적하고, 앞으로 자신이 주재하는 회의 자리에서는 컴퓨터를 꺼내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 CEO는 다름 아닌 정보기술(IT)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어느 분야보다 컴퓨터와 밀접하게 일하는 그에게서 의외의 말을 들으니 컴퓨터가 모든 업무에 도움이 된다는 막연한 가정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요즘은 컴퓨터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어 회의 도중에도 무심코 관련 없는 주제로 빠져나가고자 하는 유혹이 들 수 있다. 그러면 회의의 집중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마침 그 다음 주에는 미국 출장을 가게 되었다. 몇 번 회의를 했지만 대부분 컴퓨터나 자료 없이, 심지어는 노트도 꺼내지 않고 회의가 이루어졌다. 필요하면 칠판에 적어 가면서 협의를 하면 충분했다. 사실 미국에서 이런 회의는 일상화되어 있다. 식사를 하다가 냅킨에 낙서를 하면서 수백만 달러짜리 아이디어가 잉태된다는 실리콘밸리의 스토리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아이디어의 실질적 교환이 이루어지는 소통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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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구글이미지>


 

IT의 발달과 글로벌화로 소통 환경도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정보력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확보하느냐도 IT 활용 능력에 달렸다. 최근 미국에서는 사람을 소개받을 때 이름만 알려준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하거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대부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도 이름만 알려주면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를 바로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도구 덕택에 소통의 시•공간적 장벽이 허물어지고 더욱 수월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도구는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앞서 예로 든 회의 장면처럼 소통을 저해하는 상황이 되면 도구는 또 하나의 부담스러운 장식품일 뿐이다.



소통의 본질은 쌍방향성



소통은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通)함,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을 일컫는 말이다. 일방적인 의사 전달이 아닌 것이다. 일방적인 그것은 ‘명령’ 혹은 ‘지시’라 부른다. 물론 조직의 통제와 팀워크를 위해 일방적인 방법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활발한 소통이 필요한 회의에서조차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문제다. 그런 경우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회의에서 소외되기 일쑤다. 결론을 낼 생각이 없거나 아예 결론을 이미 정해놓고 회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

 

수평적이고 쌍방향으로 대화가 오가는가, 화려한 자료를 만들고 받아 적기에 급급한 것은 아닌가를 냉정하게 평가해 봐야 한다.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면 발전적인 결론이 나올 리 없다.

 

오래 전 중소 벤처기업의 애로 사항을 의논하는 자리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 그 자리에 유명 정치인도 참석했다. 그런데 그는 20분 정도 늦게 나타나서 원론적인 얘기만 일방적으로 하더니 지방 출장을 가야 한다며 금세 자리를 떴다. 회의는 실질적인 문제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별 소득 없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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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구글이미지>

 

소통의 기본은 듣기다. 『경청으로 시작하라』(박노환 저)는 책에는 "인간은 깨어 있는 시간의 70%를 의사소통에 사용하고 있다. 그중 48%가 듣기이며 35%가 말하기다. 듣기는 실로 의사소통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신의 생각을 보태는 과정에서 처음 모였을 때는 기대하지 않았던 창의적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지금은 조직의 리더 한 사람에게만 의존하기에는 외부 환경이 너무 복잡하다. 조직이 클수록 위험 부담도 커진다. 따라서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이 절실하다. 요컨대 조직의 리더는 실질적인 소통을 기반으로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통은 현장의 상황을 직시하고 문제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어야 가능하다. 조직에서 자기 방어는 본능적이라서 소통 과정에서 사실이 왜곡되곤 한다. 왜곡된 정보는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이어진다. 경직되고 관료화한 조직일수록 이런 현상이 더 심각하다. 모든 문제점과 가능성을 가감 없이 논의해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경쟁력 있는 기업의 중요한 비결 중 하나는 투명하고 실질적인 소통이다. <Ahn>


* 이 칼럼은 2012.06.1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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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5 14:30 2012/09/05 14:30

[CEO Column] 기업들 ‘BYOD’ 어떻게 할지 고민할 때

AhnLab 칼럼/CEO 칼럼 2012/09/05 13:58

지난해 미국 출장 중에 겪은 일이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기상 악화로 인해 전반적인 비행 일정이 지연됐다. 급기야 다음 도시에서 연결되는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될 지경이었다. 카운터에 가서 물어보려고 했으나 줄이 워낙 길어서 차례가 오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했다. 천신만고 끝에 물어봤지만 담당자에게서는 시원스러운 답변을 듣지 못했다.

 

마침 어느 미국인이 아이패드로 비행 스케줄을 보고 있어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항공사 앱(App)을 통해 도착 예정 시간, 다음 연결편의 바뀐 시각과 탑승하는 게이트 등을 즉석에서 보여줬다. 카운터의 담당자보다도 훨씬 빠르고 스마트한 답변이었다.

 

우리 생활에서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은 생각 이상으로 많은 도움을 준다. 인터넷은 편리한 반면 공간적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모바일 기술은 인터넷이 연결되는 장소를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어준다.

 

미국 뉴욕 월가의 정보기술(IT) 애널리스트인 메리 미커는 인터넷 시대의 기술 변화를 정확하게 짚어내 ‘인터넷의 여왕’이라 불렸다. 그는 2010년도 보고서에서 ‘5년 내에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 수가 유선 인터넷 사용자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스마트폰 보급률과 인터넷 통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사생결단하듯 치열한 전쟁을 하는 스마트폰 시장을 보면 그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포스트 PC시대 - 발전, 그리고 우리가 더 생각해야 할 문제들

 

바야흐로 모바일 인터넷-포스트 PC 시대가 도래했다. 수많은 기기들을 통해 공간의 제약 없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됐다. 그런 기기로부터 생성되는 엄청난 양의 정보는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처리되고, 그로 인한 트래픽으로 네트워크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업무와 일상 생활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컴퓨터의 주된 역할은 업무 처리였다. 물론 개인이 게임이나 쇼핑을 즐기는 경우도 있지만, 기업에서는 문서 작업이나 정보의 저장과 검색, 교환과 처리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음성 통신 수단인 휴대전화와 여가를 즐기는 TV는 소비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렇게 업무와 개인 용도로 각기 사용되던 정보 기기들이 디지털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융합되고 있다. 그런 기기가 보편화함에 따라 우리 삶의 방식은 새로운 변화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를테면 과도한 IT 기기 사용으로 인한 역기능이다. 인터넷은 포괄적인 정보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반면, 그렇게 얻은 정보는 단편적 지식의 나열에 그쳐 깊이가 떨어질 수 있다. 인터넷 사용 중에 다른 길로 빠지는 등 집중력에 방해를 받기도 쉽다. 문서나 전자책을 끝까지 통독하지 못하는 것도 그런 예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단절감과 산만함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영 측면에서는 생각할 문제가 더 많다. 가정에서도 업무를 병행하는 스마트 워크는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다. 직장과 가정이 융합된 형태는 산업화 사회에서 진정한 정보화 사회로 나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과정은 단순히 기술적 변화가 아니다. 우리는 직장과 가정 생활이 출퇴근 시간과 물리적 이동, 즉 시•공간적 구분에 의해 엄격하게 격리된 산업 시대의 방식에 익숙하다. 하지만 이제는 근태에 의존하는 관리 시스템으로는 업무 중심의 기업 경영을 할 수 없다.



BYOD - Bring Your Own De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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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xerox.com>


 

실제로 기업은 직원들이 모바일 기기를 가져와서 업무를 하는 BYOD(Bring Your Own Device)를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업무 특성이나 보안의 요구 수준에 따라 기업별로 상황은 다르지만 무조건 금지하기에는 효율성과 실용성의 장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소셜 네트워크까지 도입하는 상황이니 사업 인프라에 대한 경영진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따라 정보 보안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은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 급증하면서 이를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마트폰의 악성코드가 급증하는 것은 이미 모바일이 범죄의 목표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기기 분실로 인한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

 

포스트 PC 시대는 새로운 사업 기회와 함께 많은 숙제를 던졌다. 기업에는 새로운 정책과 실행 방안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업무 방식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단순히 기술적으로 접근하면 좌절하거나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우리 자신의 정보화 모델로 모바일과 융합의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기회다. 여러 측면에서 입체적 논의가 요구되는 이유다. <Ahn>


* 이 칼럼은 2012.05.07 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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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5 13:58 2012/09/05 13:58

[CEO Column] ‘다이하드 4.0’의 경고

AhnLab 칼럼/CEO 칼럼 2012/09/05 13:54

미국 정부의 전산 시스템을 설계했던 엔지니어가 해커로 변신해 교통•통신•방송•전기 등 기간망을 장악한다. 그는 교통신호를 마음대로 조작하고, 통신망을 도청하고 심지어는 전투기를 원격 조종하기도 한다. 그의 최종 목적은 하나. 자신이 설계한 시스템에 침투해 미국 전체의 금융자산을 모두 자신의 소유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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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구글이미지>

 


2007년 제작된 영화 '다이하드 4.0'에 나오는 무시무시한 스토리다. 물론 상상으로 만들어낸 얘기다. 그러나 이 영화가 나오자 이런 공격이 실제 가능한지에 대한 논의가 무성했다. 다행히 현실 세계에서 국가 중요 기간망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이를 동시에 장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웬만한 중요 시설은 모두 일반 네트워크와 분리돼 있어 외부에서 침투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에는 실제 사례다. 2010년 6월 이란의 우라늄 농축 공장이 '스턱스넷(stuxnet)'이라는 고도의 악성코드에 감염된다. 스턱스넷은 원자력 발전소의 우라늄 연료를 처리하는 과정을 장악함으로써 기계의 작동을 빠르게 조정하거나 파괴했다. 이로 인해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이 여러 달 지연됐다. 충격적인 것은 이 감염된 PC가 외부 망과는 분리 운영됐다는 사실이다. 인터넷을 통해 부지불식간에 악성코드에 감염되는 상황과는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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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구글이미지>


 

사이버 공격의 심각성을 설명하면 혹자는 위협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글로벌 에너지 업체들의 정보를 노린 '나이트 드래건'(Night Dragon)이나 구글•어도비•주니퍼 등 글로벌 업체를 대상으로 정보 수집을 시도한 '오퍼레이션 오로라'(Operation Aurora)의 사례를 보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사건들이 2010년부터 최근까지 실제로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DDoS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종종 사회적 이슈가 된다. 물론 DDoS도 막고 개인정보도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만 너무 집중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의 핵심 자산인 지적재산권과 영업기밀, 각종 노하우 등이다. 이는 기업의 존립 자체를 좌우할 수 있는 자산들이다.

 

 

최근의 사이버 공격은 APT(Advanced Persistent Threat)라는 용어로 설명된다. 요즘 해커들은 지능적이며 집요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공격한다. 여러 시스템이 있어도 공격자의 관심은 오직 하나다. 자신이 얻으려는 정보가 있는 컴퓨터다. 그것을 장악하기 위해 해커는 수개월 혹은 최장 2년 가까이 잠복하면서 공격 대상에 접근한다.

 

 

공격자는 보안 솔루션의 존재도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항상 새로운 취약점을 이용해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하거나 우회한다. 고도의 악성코드로 입체적 공격을 감행하기 때문에 전체 공격의 맥락을 봐야만 파악이 가능하다. 그래서 APT를 방어하기 위한 신개념의 제품과 다단계 방어대책이 개발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의 기업 환경은 정보기술(IT) 없이는 한시도 운영될 수 없다. 본래 IT는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도입됐다. 모든 직원이 컴퓨터를 사용하고, 정보를 DB화하고, 고객과의 소통도 인터넷을 통해 이뤄진다. 기업들은 IT 인프라에 꾸준히 투자해 왔고 이는 경영 혁신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이 자원이 공격을 받아 영업기밀이 유출되면 기업의 자산이 사라지고 프로세스가 멈춘다. 이는 곧 조직의 정지를 의미한다.

 


해커들의 표적, 금융 - 사이버 보안에 각별히 신경 써야


 

앞서 영화의 사례에 나온 해커의 목표는 금융자산이다. 오늘날 경제가 돌아가는 모든 금융 프로세스는 컴퓨터를 통해 이뤄진다. 부동산이나 현금은 그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가 실물화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컴퓨터의 위상은 이렇게 바뀌었다.

 

 

금융은 경제의 동맥이다. 전산 장애로 몇 시간만 작동을 멈춰도 막대한 피해가 생긴다. 개인의 삶, 기업 운영, 경제 시스템이 모두 금융 시스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금융기관들이 보안에 각별한 신경을 쓰지만 적은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공격을 감행해 올지 알 수 없다.

 

 

기업들의 사이버 보안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최근의 사이버 공격은 조직의 작은 취약점을 입체적으로 파고들어 조직 전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한다. 그런 지능성 때문에 특정인이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인식해야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방어 대책을 연구해서 도입하고, 조직 전체가 잘 훈련돼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충분한 투자도 뒤따라야 한다. 최고경영자의 의지와 책임감이 보안 대책의 핵심이다. <Ahn>


* 이 칼럼은 2012.04.16 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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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5 13:54 2012/09/05 13:54

[CEO Column] 벤처 도전의 즐거움

AhnLab 칼럼/CEO 칼럼 2012/09/05 13:40

정보 보안 분야의 세계 최대 전시회인 RSA 콘퍼런스가 지난 3월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다. 정보 보안의 키워드와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행사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많은 2만 명 정도의 업계 종사자가 참석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이유는 기존 보안 체계를 무력화하는 신종 사이버 공격인 APT(Advanced Persistent Threat)에 대한 우려가 크고, 모바일이나 클라우드와 같은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신개념과 신기술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행사장은 이런 키워드로 가득했다. 안랩은 올해 처음으로 이 전시회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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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구글이미지>

 

행사 첫날 아침, 한 신사가 안랩 부스에 찾아왔다. 그는 정보기술(IT) 전문가이자 저술가로도 잘 알려진 사람이었다. 그는 “보안 분야 관계자들이 눈여겨볼 회사로 안랩을 추천했다”고 말을 꺼냈다. 의외의 말을 듣고 순간 으쓱했다. IT 본고장인 미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자리라서 노심초사했는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계속 얘기를 해 보니 이는 우리 회사의 정체성이 독특해서 그렇게 비쳤다는 뜻이었다.

 


세계 무대 속 '오래된 신인' 안랩의 색다른 첫인상


 

미국 IT 업계는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이다. 대부분의 신기술 개발과 기술 혁신은 특정 분야의 기술을 발명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는 벤처기업이 주도한다. 반면에 대기업은 전 세계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폭넓게 사업을 전개한다. 대기업은 브랜드와 종합적인 제품 구성, 체계적인 서비스로 굵직한 사업을 추진한다. 물론 연구개발(R&D) 투자도 많이 하지만, 규모가 크다 보니 경영 면에서 위험 관리는 물론 정해진 규율과 컴플라이언스 준수에 철저하다. 조직이 크니 속도가 더디고, 그에 따라 상대적으로 혁신과 기회 창출이 느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스피드와 혁신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수혈한다.

 

 

물론 ‘대형 벤처’라고 스스로 주창하는 애플 같은 기업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스티브 잡스라는 걸출한 세기의 스타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했기에 가능했다. 사업 모델도 아이폰•아이패드•아이팟과 같은 몇 개의 제품과 통일된 서비스 플랫폼(iTunes), 유일한 운영체제(iOS)로 단순하면서도 일체감 있게 구성돼 있어 집중력을 발휘하기에 유리하다. 그런 애플마저도 M&A에는 적극적이다.

 

 

안랩 부스를 찾아온 전문가의 눈에 안랩이 독특하게 보였던 이유는 미국 전시회에는 처음 참가한 신인인데, 실체는 17년간 한 우물을 판 전문 기업이기 때문이었다. 글로벌 대기업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다. 그러나 짧은 시간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일반 벤처기업과 달리 오랜 기간의 경험과 R&D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차별점이 그에게 익숙했던 IT 기업군과는 다른 존재로 관심을 끌었을 것이다.

 

 

미국에서 벤처기업을 성공적으로 키워 아주 높은 가격에 대기업에 인수한 어느 사업가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인수한 대기업에서 고위 경영진으로 계속 일할 것을 제의받았고, 직접 벤처캐피털도 만들어 봤지만, 그는 이 모두를 그만두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터였다. 까닭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대기업에서 큰일을 도모할 수 있고 존경도 받을 수 있다. 벤처 투자도 내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업무다. 그런데 도무지 즐겁지가 않았다.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관리하는 것보다 내가 직접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게 항상 즐겁다.”

 

 

끝없는 도전, 기술개발에 주목해야 할 우리의 미래



이미 많은 것을 이뤘음에도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 기업을 달리 보이게 하고 개인을 즐겁게 하는 원천인 셈이다. 생각해 보면 향후 20~30년간 과학기술은 IT를 중심으로 융합되어 문명을 엄청나게 발전시킬 것이다. 아마 30년 뒤에 오늘을 돌이켜보면, 마치 우리가 현재에서 몇백 년 전을 돌이켜보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그 열쇠는 새로운 도전, 다시 말해 과학기술 개발과 이를 활발히 사업화해 실생활에 적용하는 기업가 정신에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적 시점에 과학기술과 이공계를 기피하고, 도전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우리 세태는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의 미래는 기술개발에 달려 있다. 사업에는 많은 요소가 있지만, 지금 시대처럼 기술력과 창의적 문화가 중요했던 적은 일찍이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술 투자를 아끼지 않는 기업들이 미래를 위해 도전하고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잠재력을 지닌 많은 개인도 상상력을 발휘하고 싶어 한다. 그러한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균등한 기회와 공정한 산업구조를 이루고, 교육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 같은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우리의 미래는 도전의 즐거움을 얼마나 고취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Ahn>


* 이 칼럼은 2012.03.26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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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5 13:40 2012/09/05 13:40

[CEO Column] 자신의 꿈을 포기한 대가?

AhnLab 칼럼/CEO 칼럼 2012/09/05 11:06

꿈꾸는 개인이 없는 사회에 내일은 없다

“왜 어린아이가 운동선수를 좋아하는지 아십니까?”

“…”

“그들은 꿈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덩크슛을 배울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당신은 요리를 할 수 있잖습니까? 당신은 요리를 하고 싶어 했지만, 대학을 졸업한 후 줄곧 이 직장에서만 일해 왔습니다. 그렇게 당신의 꿈을 포기한 대가로 도대체 얼마나 벌었습니까?”

 

 

영화 ‘인 디 에어(Up in the air)’에서 해고 전문가인 라이언 빙햄이 구조조정 대상자인 중견 간부에게 던진 대사다. 평생 한 직장에 충성을 다했고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사람에게 잔인한 통보를 하는 순간이다. 가슴 아픈 장면이다. 특히 ‘자신의 꿈을 포기한 대가’라는 표현이 뇌리에 남는다. 우월한 스펙과 안정된 직장을 성공의 잣대로 삼는 환경 속에서 개인의 꿈을 실현한다는 것은 교과서 속의 얘기일 뿐인가? 혹은 일부 ‘튀는 인물’에게나 가능한 드문 일인가? 개인이 꿈을 추구할 수 없다면, 그 사회의 비전은 도대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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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NBA.com>


최근 미국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는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활약 중인 대만계 미국인 선수 ‘제레미 린’이 화제다. 스포츠 뉴스는 물론 포털과 언론에서도 이 선수의 활약상이 연일 톱뉴스로 등장한다. 농구는 미국의 자존심으로서 키와 체격이 큰 선수들이 주를 이룬다. 따라서 동양계는 철저히 소외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 미국프로농구 세계에서 그는 ‘황색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제레미 린. 1988년생. 대만계 미국인. 하버드대 경제학과 졸업. 독실한 기독교인. 현재 미국 NBA의 뉴욕 닉스 소속 포인트가드’. 프로필만 보면 그는 모범생으로서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소위 ‘엄친아’다.


그러나 그 이면의 기록을 보면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농구 명문 대학 진학을 희망했지만 그의 꿈은 좌절되었다. 어느 곳에서도 운동 장학생으로 그를 원하지 않았고, 그는 자력으로 하버드대에 갈 수밖에 없었다. 졸업 후에 기대했던 프로선수 드래프트에서도 그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간신히 계약선수로 전전하다가 방출되어 뉴욕 닉스에 후보선수로 들어간다. 그나마 방출 대상에 올랐다가 주전선수의 부상을 계기로 선발 기회를 얻는다. 감독도 별 기대를 하지 않았고, 교체 출전한 첫 게임에서도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곧 연패로 침체되었던 팀을 연승의 기록으로 반등시킨 일등공신이 된다. 작은 키에도 활발한 플레이와 레이업슛, 빠른 침투 공격, 완벽한 수비, 정확한 중거리 슛 등을 선보이며 그의 활약은 매 게임 이어진다. 지난 2월 10일(현지시간) 경기에서는 NBA 간판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LA 레이커스를 상대로 38득점을 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는 명문 대학 출신으로서 좋은 직장을 얻어서 편안하게 사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보통 사람들의 상식을 뒤엎었다. 자신을 인정해 주는 코스를 포기하고 자신을 무시하는 세계를 선택했다. 무자비하게 방출당하면서, 언제 방출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에서 후보 생활을 전전했다. 그럼에도 그는 농구에 대한 꿈과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불굴의 노력은 한순간 주어진 기회를 거머쥐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꾸준한 연습으로 다져진 충실한 기본기와 장대 숲을 헤집고 다니는 그의 스피드는 많은 이들을 열광시켰다. ‘프로 농구는 흑인 스포츠’라는 인식을 불식하며 열등감을 가졌던 많은 동양계 미국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개인을 꿈꾸게 하는 사회발전의 키워드 : 기업가정신


우리 사회에도 자신의 꿈과 비전을 성취하기 위해 도전하는 이들이 있다. 산업 현장에서 세계를 상대로 열정을 불태우는 기업가들이 그들이다. 자금도 부족하고 세간의 주목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작지만 세계를 꿈꾸기에 강하고 즐겁다.


정보화와 세계화 시대에 힘의 축은 개인에게로 옮겨가고 있다. 따라서 개인의 역량과 열정은 사회 발전의 중요한 요소다. 기업도 종업원 하나하나가 어떠한 리더십과 창의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성과의 차이가 크다. 세계를 품고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은 현재 한국 사회가 가장 절실하게 요구하는 시대정신이다. 따라서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주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 공동의 목표가 돼야 한다. 그랬을 때 제레미 린처럼 기존의 인식과 장벽을 두려워하지 않고 진지하게 꿈을 추구하는 이가 많아질 것이고,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꿈과 도전이 큰 성과로 꽃필 기회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Ahn>

* 이 칼럼은 2012.02.18 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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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5 11:06 2012/09/05 11:06

[CEO Column] ‘백인 남성’만 참여하는 회의의 문제점

AhnLab 칼럼/CEO 칼럼 2012/09/05 10:55

글로벌 기업 다이얼의 전 최고경영자(CEO) 허브 바움은 취임 직후 전사 영업회의에서 있었던 일을 저서에 이렇게 풀어놓고 있다. 처음으로 여러 직원을 만날 기회라 기대에 부풀었던 바움. 하지만 그는 영업사원들의 잘 준비된 발표에 도무지 집중할 수 없었다. 다른 것에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회의에 참석한 이들이 대부분 백인 남성이라는 사실이었다. 여러 회사에서 일해 본 그에게도 이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었으며, 당혹감을 넘어 갈수록 화가 났다.

 

드디어 그에게 발표 기회가 주어졌다. 그는 천천히, 그리고 명확하게 말했다. “내년에는 이 회의장에 더 많은 소수계 출신 직원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이 그룹에 대한 나의 첫째 목표입니다. 다양성이 없다면 성공적인 영업 조직이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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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중상층 백인만이 고객이 아니라는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문화와 배경이 섞여 있어야 직원들의 재능과 역량을 최대화할 수 있다고 확신한 때문이었다. 훗날 그는 이런 다짐을 철저히 실행에 옮겼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변화는 곧 개인 가치의 변화 

산업화 시대에는 일사불란한 조직력과 효율성이 중요했다. 개인이 차이를 만들어내기에는 자금•환경•정보력•인적자원 등에서 한계가 있었다. 또 지역을 벗어나 사업을 전개하는 것도 경제적 비용과 위험 부담이 컸다. 그러나 정보기술(IT)이 발달하면서 지식 기반 사회와 글로벌화라는 커다란 패러다임 변화가 있었다. 기술 발달에 따른 정보기기 가격 하락으로 정보화에 들어가는 돈이 크게 줄었다. 그 종류 역시 PC 위주에서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으로 다각화되고 있다. 정보를 찾고 소통하는 방식 또한 인터넷의 대중화에 힘입어 종류가 다양해지고 비용은 거의 들지 않게 됐다. 이에 따라 기업 역량에 있어 부문별 중요도도 바뀌었다. 정보와 지식이 더욱 중요해졌으며, 정보력의 소유자는 조직에서 개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제 기업 가치 창출의 핵심은 개인 역량이 됐다. 각 개인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개진하고 이를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은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 요소다. 따라서 상명하달 식으로 움직이는 회사는 창조와 융합의 시대에 적응하기 어렵다.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개인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만 혁신의 에너지 또한 배가된다.

 
기업의 혁신이란 무엇인가

온라인 생명보험이라는 혁신적 상품으로 일본에서 성공적 사업을 펼치고 있는 데구치 사장은 “일본 기업이 여성과 젊은 임원을 대거 채용한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주가가 10~20% 오를 것”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주장을 했다. 실제로 그는 스타벅스 마케터 출신을 생보 업계 최초의 여성 상근 임원으로 영입했다. 그 여성 임원은 “고객을 위해 좋은 보험 상품을 만드는 것과 고객을 위해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것은 일맥상통한다”며 기꺼이 새로운 도전을 수용했다. 데구치 사장은 “리더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무엇인가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없다면 동반자는 모여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신하겠다는 의지와 다양성을 포용하는 문화, 그리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시스템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성 임원이 늘어나고 젊은 세대가 많아지는 것만으로 기업이 변신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젊으니 창의적이고 혁신적일 것이라는 기대는 섣부르다. 오히려 경험이 풍부한 이들에게서 뜻밖의 신선함을 발견할 수도 있다. 젊음의 열정에 전문가의 감과 통찰력이 어우러져야 하는 이유다.

 

또한 조직이 크다고 해서 혁신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애플 출신의 한 개발자는 “애플은 거대한 스타트 업(막 창업한 벤처기업)처럼 운영된다”고 했다. 문제는 세대•성별•성장 환경의 차이가 다양성 추구로 이어지고, 구성원들이 이를 진정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느냐다. 각자의 경험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수평적 소통 문화, 그리고 이를 신속하게 실행하는 리더십이 조직의 성패를 좌우한다.

많은 기업에 경제적 불안감이 퍼져 있는 가운데 새해를 맞이했다. 세대 간 격차, 다문화, 치열한 경쟁 환경 같은 불확실한 요소들이 산적해 있다. 이런 불확실성의 근본적 이유는 지금이 과거와 다른 환경, 즉 글로벌 정보화 사회로 가는 역사적 과도기이기 때문이다. 이를 잘 헤쳐가기 위해서는 시대 변화에 맞게 우리 인식도 바꿔야 한다. 그 중요한 방향타 중 하나가 다양성이다.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갖추느냐에 따라 지금의 불확실성은 외려 새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업뿐 아니라 우리 사회도 힘차게 변신하는 새해를 기대한다.<Ahn>

* 이 칼럼은 2012.01.02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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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5 10:55 2012/09/05 10:55

[CEO칼럼] '채소 씻는 세탁기'서 읽는 중국문화

AhnLab 칼럼/CEO 칼럼 2011/11/21 13:25

한 대학에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매주 최고경영자(CEO)를 초빙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프로그램이었다. 흥미롭게도 강의실을 가득 메운 학생들의 전공 분야가 인문계와 이공계가 절반씩 섞여 있었다. 융합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의도적으로 만든 강좌라고 한다. 고등학교부터 문과와 이과로 나뉘는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보면 신선한 시도다.

마침 주제가 정보기술(IT)이 일으키는 사회 변화였다. 모바일·클라우드·소셜네트워크·사이버 보안·프라이버시 등과 같은 시대적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특히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과 기술이 교차하는 것을 설명하는 사진을 띄우자 탄성이 터져나왔다. 바로 그 강의장의 모습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기술혁신을 통한 급격한 IT성장

돌이켜 보면 과거 20~30년에 걸쳐 IT는 우리의 업무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그뿐 아니라 IT의 역할은 더 이상 보조적 수단이 아니라 사업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IT가 일으키고 있는 변화의 미래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삶의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과 사회 환경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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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네이버 블로그>


IT는 기술혁신을 통해 급격한 성능 향상, 보급 확대, 가격 하락의 사이클을 보여줬다. 한 예로 과거 대학 전산실에서 사용하던 컴퓨터보다 현재 개인들이 가지고 다니는 컴퓨터가 더 강력해지는 데 불과 한 세대도 걸리지 않았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덕택으로 정보를 찾는 것은 자유로움 그 자체다. 이제는 정보를 알고 있는 것보다 정보를 찾는 노하우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모바일 환경은 공간의 제약마저 없애고 있다. 태블릿과 스마트폰은 인간적인 터치로 기계적 장벽을 줄여가고 있다.

카메라는 어떤가. 이제는 매우 보편적인 기능이 되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수많은 사진이나 영상을 만들어낸다. 그뿐 아니라 그렇게 생성된 콘텐트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 나간다. 그런가 하면 무선인터넷을 대표하는 와이파이(WiFi), 위치를 알려주는 GPS 기능을 집어넣는 것은 아주 적은 비용으로도 가능하다.

즉 지능적이고 스마트한 것을 만드는 일은 경제적 현실성 여부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단지 얼마나 의지를 갖고 진지하게 실험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로 인해 우리가 생각하고 소통하는 방식, 생활 문화, 그리고 교육 시스템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산업시대처럼 후진국에서 선진국을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지역적으로나 세대별로 생각하는 방식과 문화가 다를 수밖에 없다. 감내할 수 있는 소비 수준도 천양지차다. 따라서 같은 기술이라고 해도 적용되는 형태는 다를 수 있다.

중국의 채소 씻는 세탁기 개발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점

중국의 가전 회사인 하이얼은 유독 중국 농가에서 세탁기 고장 신고가 자주 접수되는 점에 주목했다. 그 원인을 분석해 보니 채소 찌꺼기가 기계에 끼어서 오작동하는 것이었다. 세탁기를 옷이 아닌 채소를 씻는 데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얼은 고객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얼마 후 채소를 씻는 세탁기를 개발했다. 가위 발상의 전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 음식문화의 특성을 고려한 김치냉장고를 개발하지 않았는가.

글로벌 기업 인텔에서는 인류학자가 제품 개발에 참여한다. 특히 후진국에서 기술이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한다고 한다. 인텔이 어떤 기업인가. 전자제품 속의 부품을 만드는 반도체 기업이다. 보통 사용자들은 직접 접하지 않는 제품이다. 그런 회사가 이러한 준비를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 바로 인문학과 기술 융합이 필요한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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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조선일보>

그런데 IT 강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는 어떤가. 빠른 IT 인프라와 디지털 정보화 측면에서는 우리가 앞선 측면이 있다. 하지만 가위 혁명적이라 할 스마트 시대를 주도할 만한 준비는 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지금은 기술이 기능적 수준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 속에 유연하게 적용되는 스마트 시대다. 바로 인문학과 기술의 융합이 필요한 때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융합은 거대 담론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융합은 자신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서로가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자세에서 시작된다. 이때 자유로운 사고와 소통은 창의력의 원천이다. 거창한 구호를 앞세우는 데 익숙했던 과거의 방식으로는 이렇게 소프트하고 유연한, 그리고 세밀한 접근은 낯설고 새로운 도전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 수 있다면 우리의 잠재적 역량과 더불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낼 것이다.

* 이 칼럼은 2011.11.21 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칼럼입니다.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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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연구소입니다.
2011/11/21 13:25 2011/11/21 13:25